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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칸반도의 아름다운 국가 그리스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손꼽았다. 세계화 시대이고 인터넷이 발달된 시기라서 바로 그 소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리스의 지형적인 모습이 우리나라와 흡사하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주위에 온통 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한국과 흡사했다. 또한 전문가들이 뽑은 근본적인 원인이 공무원의 부정부패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즉, 공무원 개개인이 몇 푼씩 뇌물을 받고 태만하다는 이유로 한 나라가 이렇게나 휘청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상상만 했었지, 현실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이며 인상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더더욱 공무원은 공무원 선서에 입각해 신중하며 청렴결백하게 본인의 일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와 큰 아버지께서 군청 공무원으로 수십 년을 일하시고, 작은 사촌형님이 작년에 순경에 합격하면서 나도 공무원을 준비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공무원이 어떤 직업인가? 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는 공무원이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명명되는 직업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부터 9급 일반직 공무원까지 공무원은 광범위하게 사회의 요익을 역임하고 있으며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 매 순간 헌신하는 집단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군청에 가면 사무실 한 쪽 벽에 공무원 선서가 액자로 걸려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지만, 현재에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군인에게 군인 복무 규율이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기에 내무실 한 쪽 벽에 군인 복무 규율을 액자로 걸어두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분명 아버지도, 큰 아버지도 오랜 공무원 생활 도중에 뇌물에 대한 위기가 있으셨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돈으로 공무원을 매수 한다는 것은 분명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도 큰 아버지도 수 십 년간의 공직 생활 중에 단 한 번도 뇌물을 받지 않으셨다. 길을 가다가 가게 주인이 커피 한 잔을 권해도 아버지는 고맙지만 괜찮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중학교 때는 그 모습이 야박하게 보였는데 사실은 아버지께서 철저하게 공무원 선서 규율을 이행하고 계신 것이었다. 더불어 공무원의 부정부패 이론 중에서 전체사회가설을 확실하게 보여준 예였다. 

하지만 군대에 다녀오고 사회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직업이 별로 멋있다거나 훌륭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버는 

회사의 사장님이나 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훨씬 멋있어 보였다. 돈을 많이 벌고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상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기 위치에서 얼마나 열심히 사는 지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물론 아직도 이말이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리스가 위기에 놓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옆 나라 일본이 거품경제를 거치면서 현제 경제 위기에 부딪힌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것이 보편화 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뿌리가 썩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큰 강대국이라도 공무원이 썩었다면 그 나라는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 공무원 선서의 내용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 법령을 준수하고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무하며 국민의 편에 서서 정직과 성실로 직무에 전념하고 창의적인 노력과 능동적인 사세로 맡은 임무를 완수 하는 등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나는 정의의 실천자로서 부정을 뿌리 뽑는데에 앞장 선다’는 것이다. 부정부패를 금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부정을 뿌리 뽑는데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선진적이며 타당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공무원의 부정부패 유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대한 학설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전체사회가설, 썩은 사과 가설, 구조 원인가설이다. 먼저 전체 사회가설은 윌슨이 주장한 이론으로 시카고 시민이 공무원을 부패시켰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시민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공무원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줌으로써 사회가 썩게 된다는 것이다. 썩은 사과 가설은 부패의 원인은 자질이 없는 공무원들이 모집단계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조직에 유입됨으로써 공무원 사회 전체가 썩게 된다는 이론이다. 구조원인 가설은 신임 공무원이 선배 동료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적인 부패의 전통 내에서 사회화됨으로써 부패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앞선 세 가지 이론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무원의 부패는 공무원 스스로 뿐만 아니라 시민들, 그리고 사회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무원이 공무원 선서에 따라서 올바르게 공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확충과 공무원 스스로의 노력, 시민들의 협조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우선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선진국 반열에 들만큼 발전된 상태이다. 하지만 시민 층의 협조와 공무원 스스로의 노력은 사실, 선진국 반열에 든다고는 볼 수 없다. 굳이 선진국을 따지지 않더라도 현재로서 우리나라가 시민들의 성국과 공무원 스스로의 노

력이 확실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보인다. 매년 국회의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뉴스나, 뇌물을 주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은 여전히 20, 30년 전의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는 후진국적인 면모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아버지가 공무원이셔서 어린 시절부터 공무원 선서에 대해 알고 있던 나같은 경우나, 아니면 관심이 있어서 알아보는 사람 정도가 아니면 공무원 선서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내가 공무원이 아니면 공무원 선서를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아주 후진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공무원 선서 내용대로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해서 공직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시민들의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제도적인 면에서도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도적인 위치는 아니다. 다만 선진국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무원 스스로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제도와 공무원, 시민 이렇게 세 부분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우리나라가 더욱더 부강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에는 힘든 내색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공직 생활을 이어오신 아버지를 따라서 나도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굳이 중요하다고 말로 하시지 않고 항상 행동으로 솔선수범하신 아버지를 따라서 훌륭한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당연히 공무원 선서에 대한 완벽한 이해다.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잡아야지 어떤 일이든지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 30년 전에 했던 공무원 선서의 마음가짐 그대로,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근무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나도 좋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온 국민이 공무원 선어에 대해 인지하고 제도적으로 더욱더 정비되고 공무원 스스로 선서에 따라 공직을 임한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 반열에 들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