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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일보 기고문 - '인사규제'와 헤어질 결심
작성자 대변인실 작성일 2022-10-11 조회수 456
작성자대변인실
작성일2022-10-11
조회수456

[기고] '인사규제'와 헤어질 결심

 

세계일보/2022-10-11

 

여기 원숭이 네 마리가 있는 방이 있다.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사다리를 오르면 바나나를 딸 수 있다. 하지만 한 원숭이가 사다리를 오르려는 순간 다른 원숭이들에게 차가운 물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원숭이들은 누군가 사다리에 오르면 물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학습하고 다른 원숭이가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제지한다. 방 안의 원숭이 한 마리가 새로운 원숭이로 대체된다. 새로운 원숭이는 사다리에 오르고자 하지만 다른 세 마리의 격렬한 저지에 사다리를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학습한다. 물벼락을 맞았던 원숭이들이 모두 교체될 때까지 동일한 학습이 이뤄진다. 더 이상 물을 뿌리지 않더라도 남은 원숭이들에게는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만 남았다.


게리 하멜과 C K 프라할라드의 '시대를 앞서는 미래 경쟁 전략'에 소개된 이 이야기는 규제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특수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규제가 만들어지지만 통제해야 할 상황이 영속적인 경우는 드물다. 규제만 남아 바나나라는 '실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한다.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간 공무원 인사 시스템은 세밀하게 짜인 규정에 따라 엄격한 기준과 사전 협의, 통보 등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이에 따른 인사 시스템은 전체 공무원에 대한 동일하고 균일한 인사 운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변화가 적고 동질적인 사회에서는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급속한 기술·사회 변화 속에서는 인재를 적재적소, 적시에 배치하고 탄력적으로 인사 운영을 하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성과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와 '개별적 특수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인사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부처별 인사 자율성'이다.


인사혁신처는 부처에 인사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우선 과도한 요건과 협의·통보 등 다양한 형태의 인사규제를 전면 재검토했다.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춰 필요성이 낮은 요건이나 절차 등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전보나 승진임용 시 필요했던 각종 인사처 협의가 사라지고, 번거로웠던 파견·인사교류 관련 절차도 간소화된다. 연령 제한이나 각종 임용을 위한 불필요한 요건도 정비되므로 공무원 개인의 기회도 확대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인사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속 장관의 실질적 인사 권한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부처와 그 소속 공무원이 처한 개별적 특수성을 섬세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각 부처이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자체적 인사 기준을 정할 근거를 확충하고, 각종 인사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 인사 운영에 관한 특례규정'도 확대한다.


자율성을 부여하면 유연성과 창의성이 따라오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사혁신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인사처가 먼저 '권한'으로 비쳤던 인사규제를 내려놓고 각 부처와 함께 일 잘하는 정부를 향해 나아가려는 것이다.


원문보기 : [기고]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010507228?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