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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향신문 기고문 - 내 인생의 책 ①
작성자 대변인실 작성일 2020-06-08 조회수 473
작성자대변인실
작성일2020-06-08
조회수473

[황서종의 내 인생의 책]①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경향신문 / 2019-02-10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에 가는 길은 즐겁다. 그러나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것은 그것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다. 하지만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타는 사람은 예외다. 일반석 승객이 몰려 있는 긴 줄에 서지 않고도, 전용 창구에서 우선 수속을 받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이를 ‘줄서기’와 같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으로 봤다. 이 같은 비시장적 방식은 사회에 깊이 스며들어 일종의 생활방식이 되었다.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친숙하다.


샌델은 전작에서 ‘정의와 도덕’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엔 ‘시장과 도덕’을 이야기한다. 시장 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하는 상황에서 시장 가치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공적 담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의회 공청회의 방청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을 고용한다면 문제없는 것인가? 책 속에 간접광고가 들어가도 괜찮을까? 신체에 새기는 문신광고는 허용 가능한가? 일반 경제논리는 재화가 상품화되어도 성질은 변하지 않고, 경제적 효율성은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의회 방청권을 상품으로 바꾸는 행위는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부패시킨다. 책 속의 간접광고는 저자와 독자의 신뢰 관계를 타락시킨다. 신체에 새기는 문신광고도 사람을 사물화한다. 결국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을 상품화하면 변질되거나 재평가된다.


시장과 도덕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시장논리가 필요한 영역은 그대로 놔두더라도 가족·생명 등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재화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2102212005&code=9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