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외람된 의견은 없다

매일경제 / 2019-06-10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2003년 2월 지구로 귀환하기 2주 전, 나사의 한 엔지니어는 발사 영상에서 작은 물체가 왼쪽 날개에 부딪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엔지니어는 상황 파악을 위해 국방부 측의 정확한 영상을 요청했지만 상사는 복잡한 절차를 우려해 거절했다. 일주일 후 임무 수행 중인 컬럼비아호 관련 회의가 열렸으나 그는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고, 임무를 완수한 후 귀환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 상공으로 진입하려던 컬럼비아호는 공중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후 인터뷰에서 왜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37세이던 그는 "직급이 낮아서…"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엔지니어는 전문지식이 있었음에도 그것이 오류이거나 잘못됐을 때 돌아올 부정적 평가가 두려워 말하지 못했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조직적 차원으로 연결되지 못한 순간이다. 실제로 구글(Google)은 조직의 성과가 구성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초보적 질문을 하거나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면박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신뢰가 있을 때 진짜 토론이 시작되며 문제를 예방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을 조직화하기 위해 최근 각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조직학습을 강조하는 이유다.

조직학습은 강의실뿐 아니라 사무실, 회의실, 업무 현장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관리자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찰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구체적 코칭 기술을 바탕으로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 역시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현재 혁신적 인재 개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업무 현장을 활발한 토론의 장으로 바꿔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사 관리 전반에 걸친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며, 최근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다면 온·오프라인에서의 협력과 소통이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어느 날 업무회의에 참석한 젊은 사무관(5급 공무원)이 조심스레 한마디를 꺼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분수에 넘치다`라는 뜻의 이 말은 상사에게 예의를 갖추고자 한 경어(敬語)겠지만 해당 직무에 있어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직원에게 외람된 의견은 있을 수 없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두려움만큼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빼앗는 감정은 없다`는 통찰은 오늘날 공직사회는 물론 모든 직장 생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용기를 내 의견을 개진한 직원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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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6/398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