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및 업무소개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정 기록2과에 근무하는 정은일입니다. 국회사무처 의사국은 국회에서이뤄지는 회의의 모든 발언을 속기방법으로 기록하고, 기록된 내용을 번문하여 회의록을 작성합니다. 그렇게 작성된 회의록을 책자로 발간하는데요. 이를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등록해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회 속기사로서, 국회에서 이뤄지는 회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분에, 길게는 25분까지 회의장에 투입되고요. 시간마다 교대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집니다.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혼자 회의장에 들어가지만, 저 같은 경력이 짧을 경우 선배님과 2인1조로 들어가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회의장에서 속기가 모두 완성이 돼서 나올 거라 생각하세요. 하지만 이건 불가능해요. 동시에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용어나 오탈자를 수정해야 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번문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공직지원 동기
속기사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졌거나 흔한 직업은 아니죠. 저도 뉴스를 통해서 국회 본회의장을종종 보곤 했지만 단 한 번도 속기사를 눈여겨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주말에 가족들과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회의 내용도, 국회의원들도 아닌 속기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나치는 화면에서 짧게 비쳤을 뿐인데, 그 잠깐이 제겐 느린 화면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국가의 중요 정책이 결정되는 중심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속기사의 모습에서 후광 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 그 후로 검색을 시작했죠. 속기사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이렇게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결국, 목표를 정했죠. 아, 이건 내 길이다. 하면서요
보람을 느낀 경험
속기록은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통해서 국민에게 공개되는데요. 예전과 비교하면, 의원들이속기록을 의식하면서 발언에 주의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돼요. 또, 사건의 진위를 가리는 데 속기록이 근거자료로서 쟁점이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속기사로서 더욱 정확하게 기록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듭니다. 우리의 기록이 후손들에게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라는 사명감 외에도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보람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셈이죠.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국회 속기 직렬의 선발 인원은 매년 3~5명으로 적은 편이고, 시험도 1차는 필기, 2차는 실기시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필기에만 집중하기 보다 실기 준비도 함께 하셔야 합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죠? 속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신문이나 다방면의 칙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풍부한 시사 상식과 어휘를 쌓기 위한 노력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죠. 속기록은 정해진 양식에 따라 일정한 형식으로 기록이 됩니다. 따라서 본인의 성격이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하다면. 여기에 장시간 교정 작업을 견딜 수 있는 꼼꼼하고 인내심 많은 사람이라면 높은 업무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국회 속기직 공무원은 현대판 사관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록 문화에 관심이 있고,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분들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만으로, 속기사는 충분히 멋진 직업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직업과 어울리는 성격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 아니라면 견뎌내기 힘든 직업입니다. 안정적 이유로 공직에 들어섰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업무들은 어느 순간 회의감을 느끼게 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소진되기 쉽습니다. 시험준비에 앞서, 여러분께 이 속기사라는 직업이, 제가 느낀 것 이상의 매력과 감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그때는 꼭 도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손을 귀와 손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기록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