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아직도 연공서열로 평가해요?
매일경제/2023-11-21
신상필벌(信賞必罰),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조직 운영의 중요한 요체 중 하나로서 이를 구현하려면 직무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기초가 돼야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직무성과 평가, 이는 기업체처럼 매출이나 순이익 등 금전적 요소로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분야와는 전혀 다르다. 공직의 직무성과는 금전적 요소로 산출하기 어렵고 중앙부처 각 기관은 물론 동일 기관 내 각 부서에서 수행하는 직무가 매우 이질적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직무성과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상호 비교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근무 기간을 중시하는 '연공 중심'의 평가 문화가 지속돼 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행정학 교수로 재직하다 정무직 공무원이 되신 분께서 "대학교에서 연공서열 중심 평가를 비판하다가 정부에 와 보니 이를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10여 년 전 들은 바 있다.
그렇다고 공무원의 직무성과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스포츠 종목에서 정량적인 기록 경기와는 달리 피겨스케이팅이나 음악·미술 분야에서 정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듯이 공무원의 직무성과도 얼마든지 정성적 접근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요즘 공무원 성과 평가는 개인의 실적을 기초로 하지만 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개인이 속한 부서나 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공무원 성과 평가 항목 중 부서 실적 평가는 기관 평가 결과를 반영한다. 이 기관 평가는 정책 수혜자, 외부 전문가 또는 일반 국민이 평가자가 되는 고객 평가 결과도 반영한다. 따라서 다양한 평가자가 공무원의 성과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평가 결과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성과에 기반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려면 상사 한 사람의 평가가 아닌 여러 사람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근 성과급 평가 시 '동료 평가'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해 평가 대상 공무원의 실적을 잘 아는 동료의 평가를 반영해 상사 평가를 보완하게 된다.
A기관 사례에서 입직 1년 미만자도 성과급 최고등급(S등급)을 받은 것은, 재직 기간이 아닌 1년간의 실적과 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보상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공직사회가 연공서열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노력은 승진 제도에서도 계속돼 왔다. 과거에는 근무연수에 비례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경력 점수가 40%까지 반영됐던 반면, 2005년에는 30%로 축소됐고 올해부터는 최대 10%를 넘지 못하도록 개편됐다. 즉, 공직 생활이 길다는 이유로 승진하는 문화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공무원 직무성과 평가와 보상 제도가 성과 중심으로 운영돼야 공직 전반의 문화도 연공이 아닌 성과 중심의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평가·보상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실제 평가를 담당하는 각 기관의 기관장, 인사담당자 그리고 평가자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원문보기 : [매경춘추]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88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