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직의 문을 여는 첫 관문, 채용의 현재와 미래
월간인사관리/6월호
월간인사관리 기고문-공직의 문을 여는 첫 관문, 채용의 현재와 미래
"대한민국 공무원의 역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사혁신처 국가고시센터 정원에 우뚝 서 있는 비석의 문구이다. 국가고시센터는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의 문제 출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가공무원은 여기에서 만들어진 시험을 통과한 분들이다. 공무원 채용업무의 상징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문구는 채용을 담당하는 우리 인사혁신처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동시에, 무거운 사명감을 일깨우는 상징이기도 하다.
인사혁신처는 중앙인사관장기관으로서 국가공무원의 시작점인 채용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는 모범고용주로서 매년 1만여 명의 일반직 국가공무원을 신규채용하고 있으며, 이중 올해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약 5,8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에 있고, 일부에서는 공직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에게 공직은 여전히 의미 있는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모 대학에서 진행한 공직설명회에서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청년층의 높은 관심과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공직설명회 강연 말미에 한 학생이 이렇게 질문했다. “인사혁신처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입니까?” 원론적인 질문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에 대한 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공직에 요구되는 자질은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무원 채용제도 또한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제도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우수인재 영입을 위한 다양한 채용제도 운영
국가공무원 신규 채용의 기본 원칙은 「국가공무원법」 제28조 제1항에 근거한 공개경쟁채용이다. 특정 직급에 대해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별도의 응시요건을 정하지 않고 필기‧면접‧실기 등 시험의 방법으로 실시하는 채용 방식으로, 국가공무원은 5, 7, 9급에 대해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등 공개경쟁 채용시험으로 적격자를 선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28조 제2항에 따라 경력 등 응시요건을 정하여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실시한다. 보통 연구 및 재직경력, 학위, 자격증 등의 응시요건을 정하여 채용을 실시한다. 그 외에도 지역인재 7‧9급 수습직원 선발, 중증장애인 경력경쟁채용 등 사회 각계 각층의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다양한 채용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채용제도를 통해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에 대한 정의는 바로 ‘공무원 인재상’에 담겨있다. 2023년 최초로 정립된 ‘공무원 인재상’은 탁월한 직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통‧공감’, ‘헌신‧열정’, ‘창의‧혁신’, ‘윤리‧책임’의 네 가지 요소를 갖추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공무원 인재상은 인사관리의 전 분야에 반영되고 있으며, 채용 분야에서는 공무원 채용 면접의 평정기준 등에 반영되어 있다.
공무원 채용제도 개선:
공정성 제고, 수험생 편의 증대, 직무적합성 강화
공무원 채용 제도는 최근 들어 공정성 제고, 수험생 편의 증대, 직무 적합성 강화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공정성 제고ㅣ공정성은 국가 채용시험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공정성은 '공평하고 올바른 성질'을 의미하는데, 시험 제도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외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실적주의에 기반하여 공무원을 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험의 공정성은 공무원 채용시험이 실시된 이래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온 핵심 요소이다.
공정한 시험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가시험 출제시설인 국가고시센터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출제위원이 입소하는 순간부터 외부와의 통신을 전면 차단하며, 문제책과 답안지 수송 과정에서 유출 가능성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보안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것도 이를 위해서이다. 아울러 2021년에는 타인의 부정한 영향력 행사로 인하여 합격한 수험생에 대해서도 합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역시 공공부문 채용에 대한 국민의 엄격한 눈높이에 맞춘 제도 개선이라 볼 수 있다.
수험생 편의 증대ㅣ응시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환경적 요소들을 최소화하여 공직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험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공직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실제 시험에 응시하기까지의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2023년부터 개발하여 현재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 서비스 예정인 '통합채용시스템'이다.
통합채용시스템은 원서접수에서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전체 시험절차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국가공무원 일반직 공채 및 경채뿐만 아니라 해경 등 특정직 공채, 각 부처에서 주관하는 경력채용까지 모두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수험생은 통합채용시스템이 개시되면 이를 통해 다양한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시험 응시를 위해 등록했던 영어, 외국어 등 어학성적의 증명서를 발급받거나 다른 공공부문 채용시험에 제출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수험생이 시험장에 들어왔다면, 우수 인재의 선발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의 환경적 요소가 수험생들의 역량 발휘를 제약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 등 편의제공이다. 장애인 등 편의제공은 2007년부터 「공무원임용시험령」에 근거가 신설되면서 보장되고 있으며, 현재는 시험시간 연장, 확대 문제‧답안지 제공, 대필, 수화통역사 배치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021년에 5급 공채 최초로 중증 시각장애인이 최종 합격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바 있는데, 이는 편의제공 제도가 실제로 다양한 분야 인재의 공직 영입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것이다.
직무적합성 강화ㅣ채용시험의 내용을 실제 수행하게 될 직무와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우선 최근 급격한 행정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분야의 공채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재난이나 질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2015년 방재안전 직류를 신설하여 2024년까지 총 137명을 선발하였다. 이와 더불어 2023년부터는 데이터 기반 행정을 담당할 데이터 직류를 신설하여 2024년까지 총 71명을 새로이 선발하였다. 올해는 첨단 AI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차세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자 직류를 비롯하여 일반환경·법무행정 등 3개 직류에서 75명을 새롭게 선발한다.
직무 적합성의 강화는 시험과목의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논리력·사고력 등 직업 기초 역량을 검증하는 대표적 평가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 Public Service Aptitude Test)를 확산하고 있다. 2005년 5급 공채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이를 국가 7급 공채에 확대 적용하였다.
2027년부터는 수험생의 부담 완화와 국가시험의 범용성 확대를 위해 PSAT를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검정시험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지방직·특정직 및 공공기관의 다양한 직급에 널리 활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9급 공채의 경우 필기시험은 공통 3과목, 전문 2과목으로 구성되며, 올해부터 공통과목을 구성하는 국어, 영어의 출제기조를 변경하여 이해력·추론력 등 직업 기초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 중심으로 출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사 등 민간에서 시행되는 검정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의 경우 해당 시험으로 적극적으로 대체하여 수험생들의 수험부담을 경감하려 하고 있다.
또한 경력경쟁채용의 경우 개별 부처의 자율성을 보다 강화하여 실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간 시험과목은 「공무원임용시험령」에 규정되어 있고 자격증이나 경력기준을 변경할 경우 인사처와 협의해야 했다. 이에 「부처 인사 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는 경력채용시 필기시험 과목을 각 부처에서 「공무원임용시험령」과 달리 정하여 선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사 운영에 관한 특례규정」(2019년 제정)을 통해 각 부처는 특별히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사전에 특례를 신청하고, 실제 선발시에는 인사혁신처와 협의 없이 경력채용의 자격요건이 되는 자격증 또는 경력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 부처가 선발하고자 하는 직위에 최적화된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공무원 채용시험, 직무수행 역량 검증 집중
결론적으로 과거의 공무원 채용시험이 단순히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우수한 자원을 선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그쳤다면, 최근의 공무원 채용시험은 지원하는 분야의 직무를 실제로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각각의 자리별로 적합한 인재를 모집하여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공직박람회나 정부 헤드헌팅 등을 통해 직무·직위에 적합한 인재를 직접 찾아가서 공직을 안내하고 영입하는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을 꿈꾸는 인재라면 단순히 지원분야와 관련된 학문적 지식 습득에 그치지 말고 실제 그 분야에 존재하는 직위가 무엇이 있는지, 실제 직무수행 방식은 어떠한지 눈여겨보고 그와 관련된 자신의 역량과 전문성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오늘날 공직 수행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국민의 요구와 기대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공직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으로 우수 인재 공직 유치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