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적극 행정으로 내딛는 혁신의 첫걸음 (김영우 한국인사행정학회장)
2019.06.21
머리카락, 합숙 그리고 한 통의 전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말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올해 4월 동부지방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김모 주무관 등은 산불 신고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도로까지 옮겨 붙은 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리는 줄도 모르고 학생 10여 명을 구조했다.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의 통상 분쟁 대응팀은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취소 소송에 맞서 3주간 합숙하며 반박 논리를 발굴했다. 그 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상고기구 최종심에서 1심 패배를 딛고 일본에 유례없는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과천시청은 홀몸노인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돌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고 기온이 35도에 이르던 어느 여름날. 한 홀몸노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담당자는 그의 집으로 찾아 갔고, 열사병으로 쓰러진 노인을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구했다.
머리카락, 합숙 그리고 전화 한 통에 담긴 하나의 메시지는 바로 ‘적극 행정’이다. 발 빠른 대처로 시민을 살린 용감한 결단력, 불리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식품 안전을 기적적으로 확보한 전략적 전문성, 폭염 속에서 생명을 구한 따뜻한 책임감. 적극 행정이 국민에게 자부심과 기쁨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헌신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적극 행정은 비단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사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책임과 열정으로 현장에서 답을 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 모두 적극 행정이다. 이와 더불어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추진하기 위한 협업과 조정, 전문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일이 오늘날 공직자에게 주어진 의무다.
인사혁신처를 필두로 최근 적극 행정을 확산하려는 범정부적 노력은 공직 사회 스스로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적극 행정의 확산이 위에서부터의 명령과 지시에 의해 타의적으로 이뤄진다면 ‘적극’의 의미는 무색해질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혁신, 적극, 발전, 창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적극 행정 공직 사회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621/960953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