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위해 시작한 일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패턴이 있다」中
6급이 되니 어느새 후배가 많이 늘었다. 우리 업무는 애정을 갖지 않으면 끝까지 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후배들에게는 컴퓨터 버튼 하나하나 누르는 것부터 세세하게 알려주려 했다.
나는 어려운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남드링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후배의 사건 하나를 도와줄 일이 있었다. 나는 후배가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회사에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업무 마감 가능 시점을 묻자, 후배는 2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후배는 2주가 지나도록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 말이 우스운 건가?', '그렇게 쉽게 알려줬는데도 일이 하기 싫은 건가?' 답을 찾을 수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내가 확인하라고 한 사건 처리했니?", "아뇨 아직...", "왜 안 한 거야? 물어볼 말까지 다 알려줬고, 나한테 결과만 알려주면 되는 일이잖아.", "...", "왜 대답이 없어?", "제가 잘못한 건 아는데... 너무 화를 내시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일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있었다. 내 안에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은 곧 일을 안 하는 사람'이라는 공식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듯 후배와 동료들 역시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무리 작고 대단치 않은 이유일지라도, 내가 그 사연을 함부로 저울질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일은 나 혼자가 아니라, 후배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결국 사람, 함께 일하는 이들이 일보다 더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나는 여기저기서 부탁을 받는다. "회의 좀 대신 들어가 줄 수 있을까요?", "이 사건 좀 대신 맡아주세요." 예전의 나는 그런 부탁을 받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안 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탁들이 오히려 반갑다. 그들의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꺼이 도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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